형사전문변호사 : 증거인멸죄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사실혼 배우자도 처벌받지 않을까? 친족 범위와 ‘본인을 위하여’ 요건 총정리
안녕하세요. 대구형사전문변호사 이용호입니다.
형사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가족이 대신 증거를 없애준 경우에도 처벌받나요?”, “배우자가 도와준 경우에는 괜찮은 것 아닌가요?”, “사실혼 관계인데 가족처럼 지내고 있으면 친족 특례가 적용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형법은 일정한 경우 친족이나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증거인멸죄 등을 범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모든 가족관계나 가까운 관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사실혼 배우자, 재혼으로 형성된 가족관계, 단순 동거 관계 등에서는 법률상 친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형법 제155조 제4항에서 정한 친족간 특례의 의미와 적용 범위, 그리고 “본인을 위하여”라는 요건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증거인멸죄 친족간 특례란 무엇일까
형법 제155조는 증거인멸죄 및 증인은닉죄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변조하거나 위조·변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2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법 제155조 제4항은 다음과 같은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즉, 일정한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증거를 없애거나 숨긴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인간적인 갈등 상황을 고려하여, 가족에게 법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행위를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인정되는 규정입니다.
다만 이는 증거인멸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범죄 성립은 인정되지만 가족관계라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이를 인적 처벌조각사유라고 합니다.
2. 형법 제155조 제4항의 ‘친족’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형법은 친족의 범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민법상 친족 개념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민법 제777조는 친족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따라서 형법 제155조 제4항에서 말하는 친족 역시 원칙적으로 이러한 법률상 친족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친족 특례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본인을 위해 증거를 숨긴 경우
부모가 자녀를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자녀가 부모를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형제자매가 본인을 위해 증거를 은닉한 경우
반면 단순히 가까운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특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사실혼 배우자는 친족간 특례가 적용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제 부부처럼 생활하고 있다면 법률혼 배우자와 동일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형법 제155조 제4항에서 말하는 친족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사실혼 관계는 실질적으로 부부와 유사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법률상 혼인관계와는 구별됩니다.
형사처벌의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는 그 성립 및 해소 시점이 불명확하여 처벌 예외 범위를 불명확하게 할 우려가 있고, 형사법 영역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법률상 배우자와 동일하게 규율할지 여부는 입법자의 결정 사항이라는 점도 그 근거로 제시됩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가 상대방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애거나 숨긴 경우에는 친족간 특례가 적용되지 않아 증거인멸죄로 처벌됩니다.
4. 재혼 가족은 어디까지 인정될까
재혼으로 형성된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친족간 특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기준은 실제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법률상 친족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재혼 배우자의 경우
법률혼 관계라면 배우자에 해당하므로 친족 특례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재혼 배우자의 자녀의 경우
단순히 함께 생활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법률상 친족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입양 등의 절차를 통해 법률상 부모·자녀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친족에 해당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 없이 사실상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친족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재혼 가족의 경우에도 각각의 법률관계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5. ‘동거의 가족’이란 무엇일까
형법 제155조 제4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친족이 아닌 사람도 함께 살고 있다면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동거의 가족’은 민법 제779조의 가족과 동일한 개념이라면 굳이 ‘친족’과 별도로 규정할 이유가 없으므로, 친족 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동거하면서 생계를 함께 하는 가족 구성원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에는 판례상 ‘동거의 가족’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고 사실상 부부처럼 지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155조 제4항의 특례 적용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6. ‘본인을 위하여’라는 요건은 어떻게 판단할까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증거인멸 행위가 “본인을 위하여” 이루어진 경우여야 합니다. 여기서 본인이란 해당 형사사건의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남편의 형사사건에서 남편에게 유리하도록 증거를 숨겼다면 본인을 위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친족이 본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3자(친족이 아닌 자)의 형사사건과도 관련되어 그 제3자를 위한 것이기도 한 때에는 친족간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본인만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친족이 아닌 제3자를 위한 목적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특례가 배제됩니다.
판단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증거인멸 행위의 목적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실제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구인지
행위자가 보호하려 한 대상이 누구인지
결국 가족관계 자체보다 행위의 목적과 경위가 중요합니다.
마무리
증거인멸죄는 단순히 “가족을 도와준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155조 제4항은 가족관계를 고려한 예외 규정이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됩니다.
법률상 배우자나 일정한 친족은 요건을 충족하면 보호받을 수 있지만,
사실혼 배우자나 단순 동거 관계에서는 특례 적용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같은 가족이라도 누구를 위해 행동했는지, 직접 증거를 인멸한 것인지, 제3자를 교사하거나 이용한 것인지에 따라 법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거인멸 사건은 초기 대응과 사실관계 정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형사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가족관계를 법적으로 검토한 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형법 제155조 증거인멸죄 및 친족간 특례 적용 여부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정확한 법률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